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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공해

일상다반사

by 김피디0123 2023. 2. 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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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란 잘 활용하면 이기(利器)가 되지만, 잘못 활용되면 해()와 악()으로 변한다. 카카오톡이 일상 통신수단의 표준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문자메시지를 대신해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고 선물로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10년 전이나 연락을 했을까? 오랜 동안 서로 왕래가 없던, 그야말로 주소록에 보관만 되어있던 인맥으로부터 토요일 오후에 연락이 왔다. 그것도 카톡으로. 다른 사람의 해외여행 서류를 보완해주라는 요청이다. 왜 갑자기 주말 오후에 이런 내용을 나에게 텍스트로만 전했을까? 몇 가지 팩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여행업을 운영하지 않는다.
2. 또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취급자가 아니다.
3. 해당 건으로 수수료나 이익을 얻지도 않는다.
4. 나는 주말에 일하기 싫어한다.
5. 나는 그 님이 왜 나에게 서류 요청을 했는지 앞뒤 맥락도 모른다.

그런데, ? 그 님은 나에게 카톡을 날렸을까?

몇 해 전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지인의 지인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관망하는 위치였는데, 옆에서 본 그들의 모습은 다소 의아했다. 공항에서의 반가움은 잠시 뿐, 이동하는 차 안에서 대화가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인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한 계층이 대화로서 분위기를 조절하는 의전은 습관되지 않았다는 해석을 들었다. 그 해석 역시도 쉽게 납득이 되진 않았지만, 그 땐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다.

오늘 나에게 카톡을 날린 님은 직업상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10여 년 이상 왕래가 없었다면 안부 인사부터 주고받는 것이 순서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안부를 주고받는 관계에도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보다는 전화통화가 훨씬 관계를 윤활하고 고급적인 소통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직접 대면할 수 있다면 가장 예의바른 방법이겠지만 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아닐진대 정말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날아온 카톡에는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 전화통화 < 대면

<나의 소통방법 층위, 오른쪽으로 갈수록 예의를 갖춘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내가 꼰대인가도 스스로에게 여러 번 되물어보았다. 나에게 평온한 토요일 오후에 카톡을 날린 그 님은 나보다도 한 갑자 이상 나이가 많은 분이다. 디지털화된 세대는 그 님보다 내가 훨씬 가깝다. 그럼 그 님은 나에게 무엇을 원했을까? 생각의 흐름이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1. 그 정도 부탁은 (정말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당연히 수행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2. 처음부터 나를 도구로서 일처리에 활용하기만을 원하는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이켜보면 10년 전 나는 ‘막연한 미래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받겠지…’ 하며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하면 ‘내가 그렇게 기대하는 욕심으로 내 눈을 스스로 가렸다.’가 옳을 것 같다.
3. 도구로서 나를 활용하도록 두는 관계에서는 나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4. Not anymore!
5. Let’s say Goodbye~

 

 

한 시간여가 지난 아직까지 카톡 창에는 ‘5’라는 숫자가 떠 있다. 5줄의 메시지가 왔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 메시지를 읽지 않았으므로 ‘5’는 없어지지 않았다. 카톡이 울릴 때 스마트폰 화면 상단에 잠시 수신내용을 읽을 수가 있는데, 마침 그 때 순간순간 내용을 읽었기에 나에게 갑작스레 전달된 내용을 알고 있다. 나를 떠받들어 달라는 요구도 아니다. 서로를 대화상대로 인식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고 기본이지 않은가? 그래서 화가 난다. 읽은 표시를 하고 싶지 않다. 토요일 오후 갑자기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다.

이 또한 내가 화를 면하기 위해선 화를 다스리고 고요하게 무시(?), 극복(?)할 수 있어야 오히려 그 윗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5’를 보며 곱씹어봤자 생각할수록 내 기분이 상하니 볼 때마다 화가 나는 내 손해다.

아직은 수양(修養)이 덜 되어서? 범인(凡人)인지라 당장은 화가 난다. 그렇지만 마냥 참는 것도 병이 된다. 어떻게든 빨리 털고 잊어버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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