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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리뷰: 노영심의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음악이야기

by 김피디0123 2023. 2. 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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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심의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래를 들으며 ...

 

이 노래를 검색해보니 1992년에 출시한 노래였다. 오늘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몇 달 전 USB로 듣다가 남겨 놓은 감상평을 다시금 찾아서 주워담아보았다.

 

이 노래가 유행하게 된 이유야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이 노래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사뭇 미소를 짓게 된다. 젊은이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1980년대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이들은 민주화가 손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하였고,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들이 훼손된 채 젊은 날을 보내야 했던 현장에서 젊음의 표현에도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당시 20대를 지낸 사람들이 ‘개인’을 논하는 모습에 감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는 양성평등과 같은 개념이 널리 언급되던 시기가 아니었다. 연애 과정에서 남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또 그러한 성역할을 당연시하던 분위기가 만연한 시대였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기억한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그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과도하리만큼 관심받는 모습에 화자를 투영시킴으로써 사랑받고 관심받는 ‘나 자신(=개인)’을 확인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노래 이전에 나왔던 사랑 노래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디테일과 개인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이 노래가 특별한 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1992년 방영된 MBC 드라마 중 <사랑이 뭐길래>(김수현 극본)가 있다. 이 드라마 역시 기존의 가부장적인 시대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소재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당시) 약자였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코믹하게 대변하였다. 마침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한 문화 컨텐츠가 노래 및 드라마로 생산되고 있어 우리 현대사회의 변화모습을 그려낸 하나의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드라마, 노래 등을 활용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시각은 문화컨텐츠의 이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기록이 시간의 선상에서 이해되기 때문에 역사적 이해 및 해석은 당연한 것이고, 이에 사회학 및 인류학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나아가 그 모든 경험의 반영이 문화컨텐츠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즉 문화콘텐츠의 예시로서 현대 한국문화 변화의 한 축을 이해할 교재가 마련된다. 나아가 이러한 문화컨텐츠 생산의 누적과 선대(先代) 시기로의 소급을 적용한다면 근대, 그 이전 자료의 해석과 이해에도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Youtube Videoclip: 노영심-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한편, 나는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가사가 보여주는 사실성 및 구체성을 매우 좋아한다. “번호 8자를 적을 때 왼쪽으로 돌리는지 오른쪽으로 돌려쓰는지”나 “고깃집에서 내가 쌈을 먹을 때 쌈장을 바르고 고기를 얹는지”와 같은 내용은 정말 작고 사소한 것까지 관심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 관심가져주길 바라는 점을 노래하고 있어 듣는 내내 즐겁고 감동을 받는다. 이는 마치 현실이 투영된 디즈니 작품에서 볼 수 있을법한 구체성과 맞먹는다. 나의 견해로는 우리나라 작품의 ‘구체성’에 있어서는 미국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본다.

미국 노래의 한국 수용은 1970년대~80년대 포크송 기타곡 또는 번안곡으로서 이미 한 시대가 지나갔다. 여기에 8090 이후의 음악, 그리고 구체적인 성격을 띠는 가사는 발전을 거듭해 K-pop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논문으로 쓰긴 어렵겠지만, 느낌으로 이해한 주관적인 견해이다)

갑자기 노영심의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래를 들으며 감동하는 이유에는 단순히 가사에 전달되는 한 여자의 바람이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그 가사가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현실에 있을법한 가사이기 때문에, 나아가 그 마음이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992년, 처음 이 음악이 나왔을 때 격하게 감동했던 기억까지는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이 음악은 구구절절한 디테일과 그 구체성으로서 감동을 더해주지 않는 것일까?

노래가 심심하면서도 좋지 않은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나만의 한(恨)이 더해져 나만 혼자 감상에 취한 건 아니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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